검보다 먼저 든 것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손에 쥔 것은 검이 아니라 국자였다.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삼 번 상!”
목소리의 주인은 주름 깊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솥뚜껑을 한 번 두드린 뒤 밀가루 묻은 손으로 소년의 등을 밀었다. 무결은 자신이 그 소년이라는 사실을 조금 늦게 깨달았다.
손이 작았다. 검을 쥐었던 굳은살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눈이었다. 천문봉 꼭대기에 내리던 눈, 부러진 검 끝, 그리고 자신을 내려다보던 제자의 얼굴.
그는 숨을 골랐다. 단전에 기운을 모으려 했으나 배에서 소리만 났다.
“아침도 안 먹었지?”
여인이 떡 한 조각을 입에 넣어 주었다.
천하를 베었던 자는 뜨거운 떡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객잔 문이 열렸다. 검집 셋이 문설주를 스쳤다. 그중 하나에 금색 매화가 새겨져 있었다. 무결이 백 년 전 직접 정했던 문양이었다.
“주인, 방을 비워라.”
사내의 말투에는 부탁의 여지가 없었다. 여인이 국자를 내려놓고 앞으로 나섰다.
“밥은 드릴 수 있어도, 주무시는 손님을 내쫓을 수는 없소.”
무결은 반 걸음 움직였다. 정확히는 움직이려 했다. 어린 다리는 전생의 보법을 따르지 못했고, 의자에 정강이를 부딪쳤다. 웃음소리가 났다.
그는 고개를 숙여 국자를 집었다.
검이 없으면 손에 든 것을 쓰면 된다. 다만 이 몸으로는 한 번뿐이었다.
무결은 상대의 검을 보지 않았다. 문밖의 그림자를 보았다. 세 명이 들어왔는데 그림자는 네 개였다.
넷째는 아직 문을 넘지 않았다.
“할머니.”
그가 낮게 말했다.
“지금 솥 뒤로 가세요.”
다음 이야기가 펼쳐질 때,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