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하지 않은 책
사진 속의 나는 늘 다른 사람을 보고 있었다.
졸업식에는 부모님을, 결혼식에는 신랑을, 회사 기념사진에서는 내 오른쪽에 선 팀장을. 정작 내가 무엇을 보고 싶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사진관 주인은 앨범을 덮었다.
“다시 찍고 싶은 사진이 있나요?”
나는 농담인 줄 알았다.
“사진보다 그날을 바꾸고 싶은데요.”
그는 카메라를 들었다. 오래된 셔터 소리가 났다. 눈을 감았다 뜨자, 책상 위에 반납 기한이 지난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스물아홉 살 봄의 날짜가 떠 있었다.
모든 것을 이해하는 데 사흘이 걸렸다. 기뻐하는 데는 더 오래 걸렸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은, 처음부터 다시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나는 가장 작은 일부터 바꿨다.
읽지도 않을 책을 사지 않았다. 싫은 약속에 웃으며 나가지 않았다. 일요일 오후에는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고 혼자 걸었다.
그리고 넉 달 뒤, 좁은 골목의 빈 가게에 이름을 붙였다.
‘여백 서점.’
개점 첫날에는 손님이 없었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실 조금도 괜찮지 않아서 문 앞의 화분을 세 번 옮겼다.
오후 다섯 시, 첫 손님이 들어왔다.
그는 책을 사러 온 것이 아니었다. 낡은 책 한 권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반납하러 왔습니다.”
“여기는 대여점이 아닌데요.”
“알아요. 그래도 여기로 가져오라고 해서요.”
책 첫 장을 펼쳤다. 내가 돌아온 날 책상 위에 있던 것과 같은 제목이었다. 여백에는 내 글씨가 적혀 있었다.
나는 아직 그 문장을 쓴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이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어 볼 것.’
다음 이야기가 펼쳐질 때, 다시 만나요.